고향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온지 꼬박 7개월 째, 탈출을 알리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작은 가방 하나와 여권만 든 채로 도망치듯 집을 나온 8월의 그 날이 미리암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그녀였지만 살기 위해서는 탈출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향에 남을 어머니와 형제, 자매에게 작별인사를 한 일은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가슴 아픈 기억입니다. 평생 살아 온 고향을 뒤로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낯선 땅으로 와야했던 가슴아픈 이별 이야기는 비단 미리암의 일만이 아닙니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분쟁으로 시작된 비극.
갑작스런 분쟁 상황 속에 살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는 많은 인파들 사이로 한국의 미라클 작전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79가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위험 지역을 벗어나 한국으로 와 6개월 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지역 사회에 정착을 시작했지만, 생각지 못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차가운 시선과 높은 언어 장벽 그리고 한국 정부에서 마련해준 보금자리를 채우고 일상 생활을 위해 필요한 많은 부분들을 채우는 일은 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작가, 기자, 의사, 판사 등으로 일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던 이들이지만 하루 아침에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할 능력도,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됐습니다.
사마리안퍼스 코리아는 지난 1월, 법무부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위한 초기 정착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기여자 정착지원의 1단계로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는 21가정에 침대, 식탁 등 가장 시급한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없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오늘도 한국에 함께 온 가족을 위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 두고 온 가족을 만나는 그날을 위해 희망을 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우리의 이웃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이 품은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선한 사마리안의 마음으로 희망의 온도를 높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