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 자원봉사자 참여
우크라이나 등에 전할 아이들 선물 직접 포장
“‘예수사랑’·복음 전해지길”
청각장애인인 오현석(47)씨가 신발 상자 크기의 ‘OCC선물상자’에 차곡차곡 장난감과 인형 등을 담았다. 4년 전 하늘로 먼저 떠난 딸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상자를 포장했다. 그가 포장한 상자들은 조만간 몽골과 우크라이나, 필리핀 등의 현지 아이들에게 전해져 예수 사랑과 함께 복음을 알리는 데 사용된다.
오씨를 만난 건 13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진행된 사마리안퍼스코리아(오기선 대표)의 OCC선물상자 포장·검수 작업 현장에서다.
기독교 국제구호단체인 사마리안퍼스의 국내지부인 사마리안퍼스코리아가 매년 진행해온 ‘OCC(오퍼레이션 크리스마스 차일드)’는 후원자들이 직접 채운 선물상자를 복음을 접하지 못한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전하며 복음을 들을 기회를 제공하는 사역이다. 사마리안퍼스코리아는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 몽골, 필리핀, 가봉 등에 약 8만6000개의 선물상자를 전달했다. 올해는 약 2만6000개의 선물상자가 전국 각 교회와 기관 등의 후원으로 모였다.
오씨를 비롯해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선물상자를 현지로 보내기 전 아이들이 받기에 부적합한 물품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며 직접 포장 작업을 도왔다.
사마리안퍼스코리아에 따르면 오씨의 딸은 뇌병변 장애를 앓다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탄식의 기도만 드리며 지내던 오씨는 어느 날 문득 온라인에서 한 아프리카 아이가 OCC선물상자를 받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수어 영상을 보게 되며 이 사역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참여한 게 올해로 2년째다.
오씨는 “연말을 맞아 딸 미현이를 생각하며 희망찬 꿈과 따뜻한 마음을 미현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전한다는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했다”며 “설레는 마음에 어젯밤에 잠도 잘 못 잤다”고 말했다. 천천히 한마디씩 입을 뗀 오씨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이어 “방송을 통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아파하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다”며 “전쟁과 빈곤으로 아프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이 선물상자가 희망과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글로벌스쿨(이규선 교장) 학생 60여 명도 이날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봉사에 참여했다. 이 학교 학생 김재혁(18)군은 “외국어 통역 봉사 외에 이렇게 몸으로 직접 봉사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우리로서는 소소할 수 있는 선물이지만, 선물상자를 받을 아이들이 행복해하며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힘을 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의류업체인 GB Style(지비스타일·박용주 회장)도 3억5000만 원 상당의 아동복을 기부하며 이 사역에 동참했다. 2021년 2만3194장의 아동복을 기부한 데 이어 두 번째 참여다. 이날 열린 기탁식에 참석한 박용주 회장은 “늘 어떤 방법으로 이웃들을 도울까, 어떤 모습으로 사회를 위해 바른 일을 할지 고민해왔다”며 “우리가 기부한 물품들이 전쟁을 겪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전달돼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다니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제품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전해져서 그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마리안퍼스코리아는 14일까지 이 행사를 이어간다. 지난 11일 행사 첫날부터 포장된 1만5360개의 선물상자는 몽골로 발송되고, 마지막 날 포장된 7680개의 선물상자는 우크라이나로 발송될 예정이다. 마지막 날 오륜교회, 새롬교회, 왕십리교회, 한화생명 관계자들까지 동참하면 올해 행사에만 5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게 된다.
오기선 대표는 “후원을 통해 사마리안퍼스가 준비하는 OCC선물상자는 지리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나 복음이 전파되기 힘든 곳에 전달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며 “현지 상황과 필요에 맞게 준비해 안전하게 선물과 복음이 전달될 때, 복음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도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선물을 준비하기 어려운 분들도 후원을 통해 정글, 산악 지역, 외딴섬 등에서 복음을 기다리는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물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임보혁 기자 [email protected]